우리 주변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모습들이 새롭게 느껴지면서 여러 가지 궁금한 것들이 생기게 됩니다. ‘무당벌레는 왜 몸 색깔이 화려할까?’, ‘도요새는 나침판도 없이 어떻게 수천 킬로미터가 넘는 비행을 할까?’ 사소한 호기심에서부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까지 끝이 없지요. 우리 어른들은 이제껏 그런 현상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일 뿐 더 이상 호기심을 갖거나 궁금해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아직까지 일정한 틀로 굳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만나는 것들 모두가 새롭고 궁금한것들 투성이지요.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궁금한 대로 놔둔 채 막연한 미래로 답을 미루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궁리하며 궁금증을 해결하게 도와줘야 하지요. 어떤 아이들은 궁금한 것이 생겨도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이렇게 답을 내리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태껏 궁금증을 해결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지 못했거나 새로운 계획을 세워 행동하는 일에 대해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물질과 기술들은 모두 다 호기심이 왕성했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하늘을 날고 싶었던 사람들이 비행기를 만들었고, 우주에서 본 지구의 모습이 궁금했던 사람들이 우주선을 쏘아 올렸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물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왕성한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자연 속 생물들입니다. 시시각각 변하고 움직이는 생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을 한껏 키워주지요. 거창하게 멀리 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고 지나쳐왔던 우리 주변의 다양한 생물을 새삼 들여다보면 아이들의 호기심 또한 저절로 생기기 마련이니까요.
호기심은 종종 아이들의 말썽이나 꾸중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깨끗한 옷을 지저분하게 더럽혀 오거나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모두 다 아이들이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다가 벌어진 일들입니다. 그러니까 말썽을 피웠다고만 여기고 꾸중하기 전에 아이들의 눈으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남다른 창의성을 보였던 위인들의 뒤에는 언제나 호기심이 주눅 들지 않도록 도와줬던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아이가 온갖 것에 관심을 가지고 들쑤시고 주변 사람을 귀찮게 하는 호기심이야말로 더욱더 키워주고 응원해줘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이들이 갖는 호기심이 늘 새롭고 독창적인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는 일찌감치 이미 답이나 해결방법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지요. 이때 부모가 잘 알고 있다고 해서 쉽게 답을 말해주는 것은 아이에게 좋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물음에 대한 정답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그것을 찾아내기까지 헤매고 고민하는 과정 자체니까요. 아이들이 풍부한 호기심을 갖고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그리고 이제부터는 아이들의 질문에 ‘원래 그런 거야’, ‘원래 부터 그래 왔어’ 같은 대답은 하지 말자고요. 그런 대답을 들은 아이들이 커서 질문할 줄 모르는 어른, 스스로 고민하기 전에 정해진 답변부터 찾는 어른이 되기 마련이니까요.
-도서 “엄마는 탐구왕” 어머니께 드리는 편지 중-